공포게임 속 민폐 조연의 몸에 빙의했다.
악신의 신탁밖에 듣지 못하는 가짜 성녀는 진짜가 나타날 때까지 민폐만 끼치다 남주의 손에 죽는다.
‘아무튼 날씨를 알려 주면 된다 이거지?’
다행히 나는 신탁 없이도 예언을 내릴 수 있었다.
예언이 맞아떨어지자 언제 나를 무시했냐는 듯 사람들의 태도가 공손해졌다.
괘씸하긴 하지만 재난이 닥치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.
진짜 성녀가 나타날 때까지만 버티자!
* * *
눈앞의 밸붕 선택지도, 호감도 대신 다른 게 오르는 것도 불안하다 싶더라니
내 입에서 떠나겠다는 말이 나온 순간 제국이 발칵 뒤집어졌다.
“놓아 드리기 싫습니다. 계속 제 품에 있으십시오.”
만인에게 다정한 성기사가 지독한 소유욕을 드러내고,
“이 몸 전용 모자걸이가 가긴 어딜 가.”
약혼자는 트로피 신부에게 과할 정도로 집착하질 않나,
“누가 내 친남매라고?”
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싸가지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뒤,
“누나. 나 버리지 마.”
미친 듯이 후회하기 시작했다.
진짜 성녀도 나타났겠다, 나한테 볼일 없잖아.
실컷 괴롭혀 놓고 이제 와 왜들 이래?